디지털치료기기(DTx)가 임시등재 만료를 앞두고 본격적인 건강보험 정식 등재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3세대 의료기기로 주목받는 DTx가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을지, 현재 진행 상황과 과제를 정리했습니다.
디지털치료기기란? 임시등재 제도의 개요
디지털치료제(DTx)는 질병의 예방·관리·치료를 목적으로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입증된 소프트웨어를 처방 형태로 제공하는 의료기기입니다. 기존 약물이나 수술과 달리 앱 형태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3년 8월 ‘디지털 치료기기 건강보험 등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임시등재 방안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업체와 의료기관은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및 평가를 거쳐 한시적으로 급여 또는 비급여로 보상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임시등재 절차의 핵심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식약처 의료기기 품목허가 취득
-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식약처·심평원·NECA 동시 진행)
- 혁신의료기술 고시 후 약 3년간 임시등재 운영
-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정식 등재 여부 결정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종 요양급여 여부 확정
임시등재 만료 D-데이, 등재전략 수립 착수
가장 먼저 혁신통합트랙으로 비급여 등재된 DTx는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기기 ‘솜즈(Somzz)’로, 해당 기기를 통한 불면증 환자의 인지행동치료술 사용기간은 2023년 6월 1일부터 2026년 5월 31일까지로 명시돼 있습니다. 즉, 사실상 첫 번째 DTx의 임시등재 기간이 이미 만료 시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심평원은 ‘임시등재 종료 이후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재평가를 거쳐 정식등재 시 디지털치료기기의 특성을 반영한 급여 적정성 평가기준 및 합리적 등재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연내 연구용역을 통해 급여 적정성 평가기준과 정식 등재방안 등을 도출한 뒤, 유효성·안전성·경제성 등을 평가해 최종 급여 항목 및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며, 정식 등재 시점은 이르면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왜 급여 진입이 어려운가? 구조적 문제
현행 수가 산정 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상대가치 수가는 주로 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를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디지털치료기기는 의료진의 직접 개입이 적고 물리적 시술이 없어 업무량과 비용, 위험도가 모두 낮게 평가됩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기업과 환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 기업 측: 심평원이 산정한 솜즈의 임시등재 가격이 2만 5,390원으로 고시된 반면, 비급여 처방 실제 가격은 20~25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환자 측: 급여를 선택하더라도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 임상 데이터 축적 문제: 처방 횟수가 적고 활용률이 낮으면 임상 데이터 역시 축적되기 어려워, 다시 급여 등재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업계가 요구하는 것: 별도 등재 트랙과 탄력 수가
업계는 단순한 수가 인상을 넘어 DTx 고유 특성을 반영한 제도 개편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진우 이너웨이브 대표는 “현재 임시등재 기준가격으로는 개발비는 물론 마케팅, 운영비를 충당할 수 없다”며 최소한의 수익창출이 가능한 급여 기준 마련을 강조했습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잦은 업데이트로 기능을 개선하는 DTx의 특성상, 혁신적 기능 고도화가 인정된다면 수가를 올릴 수 있는 탄력적 가산 수가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외 사례도 참고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독일은 ‘디지털 헬스 애플리케이션(DiGA)’ 제도를 통해 임상 근거가 부족해도 조건부 급여 등재를 허용하는 등 시장 진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6년 이후 전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디지털치료기기와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술에 대해 임시등재를 거쳐 임상적 근거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한 정식등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며, 만성 불면증 대상 디지털치료기기와 뇌졸중 판별 AI 진단기술 등이 우선 검토 대상입니다.
글로벌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은 2020년 27억 달러(약 3조 9,830억 원)에서 2030년 173억 4,000만 달러(약 25조 5,799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제도가 이 속도에 맞춰 정비된다면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정식 급여화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DTx가 의료 현장에 실질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분수령입니다. 수가 현실화와 별도 등재 트랙 마련이 병행될 때, 기업과 환자 모두가 이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